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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궁내막증, 임신이 치료인 부인과 질환....제일병원 부인내시경과 김주명 닥터
산부인과 전문의 김주명 | 승인 2017.05.24 10:08
▶자궁내막증은 난소, 자궁 뒤, 직장근처, 나팔관 등 어디든지 생길 수 있다. 자궁내막은 자궁 안에 있으면서 배란에 맞춰 두꺼워지고.. 非(비)임신일 때 생리 혈과 함께 철거되어 배출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자궁 밖에서 엉뚱하게 매달 배란 때 맞춰서 증식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서 자궁내막증이 된다. 생리혈에 내막이 복강내로 나팔관 등을 통해 역류를 하면서 엉뚱한 곳에 가서 버젓이 세포증식 능력이 생겨버린 것이다. 따라서 배란이 안 되는(에스트로겐 분비 스톱/임신~젖먹일 때/일시적 배란억제치료 등)고 생리를 하지 않아야 호전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제일병원)


후진국 여성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부인과 질환이 있다.

반면, 선진국 그것도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에 사는 여성들에게는 비일비재한 질환이라고 한다.

보릿고개를 살던 여성들로서는 처음 듣는 경험하지 못한 질환이며, 최고의 치료가 ‘임신’이다.

무슨 부인과 질환이 이처럼 요상한 것이 있을까? 다름 아닌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은 이른바 선진국형 부인과 질환이다.

식습관 및 생활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불과 6년 전에 5만여 명이던 자궁내막증 환자수가 작년에는 8만여 명으로 늘어나 연평균 8.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놀라울 만큼 급증은 아니지만 마치 창호지에 한 두 방울 떨어진 잉크가 스멀스멀 주위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어림잡아서 한국 여성들 중 약 7%가 자궁내막증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자궁내막증을 설명하기 전에 자궁내막조직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자궁내막은 말 그대로 자궁의 가장 안쪽에 있는 자궁내강의 조직층(기능층)이다. 난자가 자라고 배란이 될 때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을 수용해서 부풀어 올랐다가 배란이 되고 나서는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호르몬의 영향으로 수정란이 착상되기 좋은 환경으로 안정되는... 하지만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으면(非임신) 바로 몸 밖으로 탈락(생리혈로)되어지는 조직인 것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초경이 시작된 이상 폐경의 순간까지 35년에서 40년간(물론 여성마다 차이가 있다) 한 달도 안 빠지고 배란과 함께 부풀어 올랐다가 탈락이 된다.

만약 임신을 하게 된다면 그 자궁내막에 착상된 수정란을 태아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열 달간 집 역할을 해야 하므로 탈락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궁내막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언뜻 자궁내막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외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이 자궁과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곳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셈이다.

상상을 해 보라.

자궁내막이 자궁 밖 엉뚱한 곳에 머물면서 생리혈로 탈락을 하지 못한 채 매달 에스트로겐이라는(난자가 키워지는 환경에서는 매달 분비될 터이니) 호르몬에 의해 사이즈가 자꾸만 커진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을까.

여기서 답이 나올 수 있겠다.

결국 자궁내막증이라는 질환이 치료가 되려면 에스트로겐으로부터 해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脫(탈) 에스트로겐 상태가 되어야 증식이 안 되고 퇴화가 되던지 호전이 되던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간혹 필자가 “자궁내막증 치료가 임신입니다”라고 말하면 환자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필자를 쳐다본다.

하지만 A4용지를 탁자에 올려놓고 볼펜을 들고 자궁내막증의 기전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쉽게 이해한다. 

자궁내막증이라는 부인과 질환이 난자가 키워지지 않은 체제(임신, 출산, 젖 먹임)가 되면 거짓말처럼 호전이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임신 할 이유가 없는 여성이라면 진통제를 처방하면서 일시적 폐경 상태(배란이 안 되어야 에스트로겐으로부터 해방이 되므로)를 위해 호르몬 억제주사를 맞아야 하는 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자궁내막증은 완전하고 완벽한 치료가 될 순 없다. 언제든 배란이 되는 환경이 되면 재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악화된 자궁내막증이라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해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더 완벽한 치료를 위해 임신을 자주 연이어 하면 된다. 출산하면서 젖을 먹인다면 상당히 긴 시간(임신으로부터 2년간/1명당 2년) 폐경 상태가 되므로 그 어떤 치료보다 안전하고 완벽하게 자궁내막증 치료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할머니 세대 여성들에게는 자궁내막증이라는 질환이 없었던 것이다.

자궁내막증이 심해서 임신이 잘 안 되는데 어떻게 임신을 자주 하나요?라고 반문하겠지만, 임신만 된다면 그만한 치료가 없으니 필자로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어떤 여성은 자궁내막증이 너무 심각해져서 다른 장기와 유착이 심해진 케이스가 되어 필자를 방문한다. 이처럼 심한 자궁내막증은 수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자궁내막증이 심해지면 골반 형태가 정상이 아니게 될 수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자궁내막증은 개복수술보다 복강경수술이 적합하다. 복강경 수술을 카메라를 이용해서 조직을 확대해서 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한 자궁내막증 병변까지도 확인하면서 제거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흉터가 적고 개복 수술에 비해 수술 후 유착과 통증이 한결 적다. 입원기간도 단축될 수 있어서 직장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심각한 자궁내막증이면서 그 내막조직이 난소에서 발견되는 자궁내막종(=난소낭종)으로 커졌고, 임신을 해야 하는 고령의 여성이라면 난소기능저하 문제를 고려해서 수술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차피 수술로 엉뚱한 곳에 있는 내막조직을 제거 한다고 해도 배란이 되는 한 매달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대개 1년에 5~20%의 재발을 보이며, 5년 후에는 약 40%에서 재발이 된다. 대개 수술 후 5년 이내에 복강경에서 보이는 모든 병변을 제거한 환자에게도 20%에서는 통증이 다시 나타난다. 따라서 수술로 내막조직을 깔끔하게 제거했다고 해도 약물치료(호르몬 억제제 투여 등의 일시적 폐경 유지) 등을 통해 내막조직의 사이즈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증을 설명하다보면 수많은 환자들이 “자궁내막이 어찌하여 자궁 밖에 있을 수 있나요?”라고 의아해 한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자궁내막 조직이 생리혈로 깨끗하게 배출되지 않고 난관을 통해 역류해서 난소와 나팔관 뒤, 복막 등에 가서 증식할 수 있다.

물론 자궁내막증의 발병 원인은 몇 가지 이론이 더 있다. 복막의 상피가 자궁내막조직으로 변화해서 생긴다는 이론과, 생체 내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에 의해 복막의 세포가 자궁내막 조직으로 분화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외에도 유전학적 영향, 면역의 이상, 염증반응, 다이옥신 같은 환경호르몬적 요인도 발생의 원인으로 연구되고 있다.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도 실질적인 가임기(결혼 후 임신을 원할 시기)가 되어서야 발견하게 되고, 그때에는 자궁 외에 있는 자궁내막조직이 꽤 큰 규모일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이 자궁내막증을 더 부추긴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발표되고 있다. 다이옥신과 폴리염화비폐닐계 물질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호르몬은 사람의 몸에 유입이 되었을 때 여성호르몬의 성격을 띤다.

간단하게 환경호르몬이 몸에 들어와서 가짜 에스트로겐이 되어서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매달 에스트로겐으로 자궁내막증이 더 악화되고 있는데, 가짜 에스트로겐까지 몸에 활개를 치니 자궁내막증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수용해서 두꺼워지는 조직인데, 만약 거짓 신호가 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자궁내막증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보다 선진국에 사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발병하는 결과를 뒷받침하게 된 것이다.

자궁내막증의 경우 자각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다. 모르고 사는 여성이 더 많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이 심해지면 골반통과 생리통, 성교통 등이 있을 수 있다. 평소에 골반통이 심하거나 생리통이 심해서 산부인과를 방문해 보지 않았던 상당수의 여성들은 자궁내막증이 있어도 잘 모른 채 지나간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이 있을 경우 평소에 위장이 안 좋거나 조금만 먹어도 가스가 찬 느낌이 있었을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주로 키가 크고 마른 여성에게 많이 발견이 된다. 또 예전에 없던 생리통이 최근 들어서 너무 심해졌다면 의심을 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 후 난임(임신이 쉽지 않음)으로 인해 불임병원에 가서야 자궁내막증이 있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솔직하게 설명하면,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임신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임신이라는 매카니즘은 자궁내막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부수적인 요인(수정란의 질, 자궁내막 등)들이 두루두루 복합적으로 박자가 잘 맞으면 얼마든지 임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도 자신을 ‘난임여성’이라며 너무 절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더 귀띔을 하면, 자궁내막증으로 첫 아이 임신을 힘들게, 그것도 시험관아기 시술로 한 여성이 둘째아이는 자연임신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마도 임신에서 젖 먹이는 세월동안 에스트로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탓에 자궁내막증이라는 골칫덩어리가 해결이 되었을 것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난임이라는 스트레스에서 해방이 되다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턱하니 애가 들어서게 된 걸 것이다. 그러니 산부인과 의사인 필자 입장에서는 자궁내막증이 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심하더라도 전문가와 상의해서 치료하면 된다고 다독거려주고 싶은 것이다. ■

 

 

▶ 김주명 닥터는 1967년 경기도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충무로 제일병원 산부인과 부인내시경과에 근무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주명  mdmom@medi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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